인도·파키스탄 고전음악 탐구

인도와 파키스탄은 문화적으로 깊은 뿌리를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고유한 음악 전통을 발전시켜 왔다. 두 나라 모두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고전음악 문화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철학, 종교, 정체성까지 표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인도의 힌두스타니 음악과 파키스탄의 카왈리, 그리고 양국 고전음악의 구조적·문화적 차이를 비교하며 그 풍부한 세계를 탐구해본다.

인도, 파키스탄 고전음악의 차이

 

인도의 힌두스타니 음악: 감정과 철학을 담은 소리

인도 고전음악은 크게 북인도의 ‘힌두스타니 음악’과 남인도의 ‘카르나틱 음악’으로 나뉜다. 이번 글에서는 북인도 지역에서 발전한 힌두스타니 음악에 집중한다. 이 음악은 주로 즉흥 연주와 정교한 구조를 중심으로 하며, ‘라가(Raga)’와 ‘탈라(Tala)’라는 두 가지 핵심 개념으로 구성된다.

라가는 특정 감정이나 시간, 계절에 맞는 멜로디 틀로, 단순한 음계가 아닌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복합적인 요소이다. 탈라는 박자 구조를 의미하며, 리듬을 담당하는 타블라(Tabla)나 파카와즈(Pakhawaj) 같은 타악기로 표현된다. 악기로는 시타르(Sitar), 사루드(Sarod), 바일린(Violin), 하모니움(Harmonium) 등이 대표적이다.

힌두스타니 음악의 공연은 보통 ‘알라프(Alap)’라 불리는 느린 도입부로 시작되어 점점 빠르고 복잡한 리듬으로 전개된다. 연주자는 즉흥적으로 라가를 해석하며, 이는 연주자의 내면과 청중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음악은 단지 예술을 넘어 명상과 영적 수행의 도구로도 여겨지며, 요가와 아유르베다와 같은 전통 치유 방식과도 연결되어 있다.

파키스탄의 카왈리 음악: 신성한 열정의 목소리

파키스탄의 전통 고전음악은 인도 고전음악과 유사한 뿌리를 공유하지만, 특히 이슬람 수피즘과 결합된 카왈리(Qawwali) 음악이 매우 독특하다. 카왈리는 신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표현하는 수피 성가로, 공연은 일종의 영적 제의이자 집단적 트랜스 상태에 이르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카왈리는 일반적으로 선창자인 '카왈(Qawwal)'이 중심이 되어 여러 명의 코러스를 이끌며, 하모니움, 타블라, 덕키(Dholak) 등 타악기와 함께 연주된다. 가사는 주로 우르두어, 페르시아어, 아랍어, 또는 펀자브어로 구성되며, 종교적이면서도 시적인 표현이 많다. 내용은 신에 대한 갈망, 영혼의 고통, 인간의 나약함 등을 강렬하게 묘사한다.

카왈리 음악의 매력은 반복되는 멜로디와 점차 고조되는 리듬 속에서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 몰입하는 ‘집단적 열광’이다. 수피즘에서는 이를 ‘와즈드(Wajd)’라고 하는데, 이는 음악을 통해 신성과 합일되는 영적 황홀경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카왈리 아티스트로는 누스라트 파테 알리 칸(Nusrat Fateh Ali Khan)이 있으며, 그의 음악은 전 세계 수많은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미쳤다.

구조와 표현의 차이: 형식과 영성의 경계

힌두스타니 음악과 카왈리는 모두 정교한 음악 구조와 깊은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지만, 그 표현 방식과 철학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힌두스타니 음악이 보다 형식적이고 이론 중심이라면, 카왈리는 직관적이고 감성적이며 집단적 체험을 중시한다.

힌두스타니 음악에서는 라가와 탈라를 기반으로 한 정해진 형식을 따르되, 그 안에서 연주자의 개성과 즉흥성이 발휘된다. 이는 음악이 하나의 지적·영적 수행이라는 전통 철학에 기반한다. 반면 카왈리는 형식보다는 감정 전달을 우선시하며, 반복적이고 고조되는 선율을 통해 집단의 감정을 하나로 묶는다.

악기 구성도 차이를 보인다. 힌두스타니 음악은 현악기 중심이고, 음의 선율미를 강조한다면, 카왈리는 리듬악기와 코러스를 통해 전체적인 에너지와 파워를 이끌어낸다. 가창법 또한 다르다. 힌두스타니 보컬은 섬세하고 유려하며, 카왈리 보컬은 강하고 직설적이며 때로는 고함에 가까운 표현도 사용한다.

이러한 차이는 곧 각 나라가 가진 종교적, 철학적 기반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인도의 음악은 힌두교와 불교 철학에서, 파키스탄의 카왈리는 이슬람 수피즘에서 각각 영향을 받았고, 음악은 단순한 예술을 넘어 삶의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고전음악은 오랜 역사와 철학, 종교가 결합된 깊이 있는 예술 세계이다. 힌두스타니 음악은 이론과 즉흥의 조화를 통해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며, 카왈리는 집단적 열정과 신성의 표현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 내면과 신성, 그리고 공동체를 연결하는 이 음악들은 단순한 청각적 경험을 넘어, 삶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오늘날 이 전통음악들은 현대 음악과도 융합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통해 보다 깊은 문화적 공감과 이해를 가질 수 있다.